top of page

[요원솔음] 안식처

  • shunishuni
  • 4월 22일
  • 3분 분량

 Chapter : 안식처

 괴담출근 최요원 X 김솔음

     

     

     

     

     

살다보면 그런 날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던가. 기대고 싶다던가. 누구나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김솔음도 똑같았다. 그저 누구보다 집에 가고 싶었고 솔음 자신은 그러기 위해 어느 곳에서든 충성했다. 집에만 갈 수 있다면. 누구든 나에게 집으로 보내줄 수 있다면. 간절했다. 그러기 위해 발버둥 쳤는데.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아 또 한 번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 다가왔다.

     

어디서부터 틀어졌는지 모르겠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편안했을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본인은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상상만 해도 숨이 막혀 왔다. 현실을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하라는 대로 하고 시키는 대로 했는데. 머릿속이 복잡하게 휩싸였다. 그래, 현실을 깨닫기 싫었다고 하는 게 어울릴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쉽게 말해서 너무나 좆같았으니까. 지금 앞에 누가 있는지 보아라. 맨정신으로 마주하기에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지쳐버렸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요?”

     

최요원, 솔음을 유리감옥으로 가둔 상대였다. 하지만 태연하게 감옥으로 걸어와 마주하는 얼굴이. 꽤 불쾌하고 메슥거렸다.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는 없지만 말이다.

     

“선배를 봤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포도야.”

“풀어주세요.”

“내일은 재관이도 오겠대. 거기 안은 좀 어때? 불편하지는 않아? 불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듣지 않는 말, 웃는 표정. 솔음이 많이 봤던 서술이었다. 요원의 이런 모습도 좋아해 왔는데. 이것이 거슬리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물론 최요원에게는 악의란 없었다. 순수하게 걱정이 되어 온 것도 사실이었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것 또한 진실이었다. 아무래도 요원 본인의 팀이자 막내니까. 그래도 백일몽, 그 사이비 회사에 몸을 담근 것이 거슬렸지만 뭐, 이것까지는 이해해줄 수 있었다.

     

그랬기에 앞에 있었다. 막내를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라본 막내의 표정은 그렇게 좋지는 못했다. 마음고생을 많이 하는 저 얼굴. 좀 운 것 같기도 하고. 상심이 가득한 저 얼굴은 일이 지쳐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이었기에. 요원은 손가락으로 잡고 있는 팔을 톡톡 치며 생각했다. 지쳐가는 저 얼굴은 얼마 전 사이비 같은 마을에서 봤던 표정과 얼추 비슷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말이다.

     

“걱정이 돼서 찾아오기까지 했는데. 포도는 진짜 우리가 보고 싶지 않았나보다.”

“이게 걱정을 보이는 태도입니까. 지금이라도 풀어주시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그럴 수는 없고.”

“그럼 요원님과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다.”

     

싸늘하다면 싸늘할 수도 있는 저 눈으로 내려다보는 표정에도 솔음은 지지 않고 요원을 올려다봤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라도 있는지. 오늘따라 한층 더 까칠하게 구는 것까지. 요원은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도대체 왜...?

     

그래도 찾아왔다고 하면 조금은 반길 줄 알았다. 현무 1팀이었던 그때처럼. 하지만 그것이 정말 과거처럼 느껴질 정도로 솔음의 표정은 노루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막내가 아닌.

     

“포도야, 아니 노루씨.”

“...”

“어떤 이름이 좋을지 모르겠는데, 네가 좀 골라 주겠어?”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집에 가고 싶다고 했잖아.”

“...”

“여기에 있을 수는 없어?”

     

솔음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다. 아까까진 적의가 가득했던 눈동자에서 저렇게 떨리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이것도 참. 하지 못 할 짓임을 깨달았다. 어렵네.

     

솔음과 이야기를 한 이후 요원은 집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했다. 솔음이 정도의 사람이면 일반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조금 더 깊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뭐든 많지 않은가. 진짜 집일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의미는 상대적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하지만 돌아가고 싶은 곳이 그 망할 사이비 회사일 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서 그런 미친 금제를 남기고 떠난 것이라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원이 믿고자 하는 것은 있었다. 지금 막내에게 제일 필요한 것.

     

“안식처가 필요한 거잖아.”

“...!”

“양다리를 걸치면서 불안해 할 필요 없이 여기 있으면 우리가 다 해줄 수 있어. 선배도 가족도 친구도. 네가 원한다면 집도 말이야.”

“...진심으로 하시는 소리인가요?”

“돌아올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준단 이야기야. 네가 돌아올 수 있는 곳.”

     

솔음은 허, 하는 기가 차는 듯한 한숨을 뱉었다.

     

“그게 현무 1팀이라고요?”

“네가 원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

     

째려보는 것이 고양이가 따로 없었다. 이렇게 버릇없게 키웠던가. 이런 기억은 없는데 말이다. 요원은 벽을 짚으며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안식처가 되어줄게. 우리가.”

     

요원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제일 후련한 웃음을 지으며 솔음을 바라봤다. 뭐가 그렇게 쉬운가. 자신은 집에 돌아가지도 못한 채 이렇게 알지도 못하는 이 곳에서 이러고 있는데. 자신의 욕심 하나로 이곳에서 협상 같은 협박을 한다면.

     

지친다. 정말 지쳤다.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저런 사람은 알지 못했다.

     

“거절하겠습니다.”

     

솔음이 알던 최요원은 이미 여기에 없었다. 솔음의 앞에는 그저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있는 한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

     

간절한 마음을 짓밟고 무엇을 이야기하는 줄 안다면.

     

이런 말 같은 것은 꺼낼 수도, 상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돌아가고 싶어요. 집에.”

     

그러니 해줄 수 있는 말이 비록 모질더라도.

     

최요원, 당신은 이것을 이해해 주길 바라.

댓글


더 이상 게시물에 대한 댓글 기능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사이트 소유자에게 문의하세요.

Drop Me a Line, Let Me Know What You Think

© 2035 by Train of Thoughts. Powered and secured by Wix

bottom of page